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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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우 논설위원 입력 : 2014-06-03 20:52:49ㅣ수정 : 2014-06-03 20:52:49
모성은 따뜻하고 자애롭지만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강인하고 전투적이다.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가 1906년 발표한 장편소설 <어머니>는 평범한 어머니 닐로브나가 혁명운동에 투신한 아들 파벨을 통해 정치적 각성에 이르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전형적인 수동적 여성에서 현실의 모순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운동가로 바뀌는 것이다. 20세기 초의 러시아까지 갈 것도 없다. 지난 군사독재정권 시절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닐로브나가 있었다. 자식의 입신출세를 바라던 평범한 어머니에서 아들딸의 고난에 동참하는 과정을 통해 강인한 투사로 변모한 민가협·유가협 어머니들이 바로 그들이다.
모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방과 후 축구클럽에서 활동하는 아이를 차로 데려다주며 아이의 학습도 직접 지도하는 ‘사커 맘(Soccer Mom)’이 새로운 주부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헬리콥터처럼 아이 주변을 맴돌며 일거수일투족에 관여하는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도 출현했다. 자녀가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해도 시시콜콜 간섭하는 이런 유형의 모성은 <사랑과 전쟁>류의 드라마에 단골소재로 등장한다.
6·4 지방선거를 맞아 주목받는 모성의 유형은 단연 ‘앵그리 맘(Angry Mom)’이다. 지난 대선에서 40대 여성은 문재인 의원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7~8%포인트가량 더 많은 표를 던졌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자녀뻘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엄마’, 곧 ‘앵그리 맘’이 되어 이번 선거에서 여당을 응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모성은 동물사랑으로도 나타난다. 서울 종로구 ‘캣 맘(고양이를 기르는 여성)’들의 모임인 ‘길고양이 친구들’은 종로구청장 후보로 나선 여야 후보들을 차례로 방문해 동물 조례 제정,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 지원 등 동물보호행정을 펼칠 것인지 따져 물었다고 한다. 강동·송파 등 서울의 11개 구청장 후보들과 경기 고양·성남·동두천 시장 후보들도 동네 ‘캣 맘’들로부터 고양이 발톱처럼 예리한 질문을 받고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캣 맘들이 동물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