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의 원인은 철새가 아니라 좁은 공장식 사육 환경.
조류독감이 전북 고창에서 처음 발병된 지 10일 만에 서해안의 전북, 전남, 충남, 경기 등 4개의 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예방 차원에서 닭과 오리 100만 마리가 매몰됐고 추가로 148만 2천 마리가 묻힐 예정이라고 한다.
농식품부와 전라북도는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발견된 철새 사체에서 고병원성 H5N8가 발견됨에 따라 이번 조류독감의 원인을 철새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철새가 고병원성 조류독감을 옮겨왔다면 철새가 도래한 지난 10월~11월에 죽지 않고 2, 3개월 후에 죽은 점과 철새의 폐사 개체수가 고작 19일 까지 20만 마리의 철새 중 98 마리 정도로 적고(자연도태 등의 자연폐사율은 0.05%) 농장에서 먼저 발생하고 철새에서 발견된 점으로 보아 농장에서 흘러나온 오염된 분변 의해 동림저수지의 철새가 감염된 것이 더 설득적으로 들린다. 방역당국이 잠복기 21일 전인 지난 달 고창 씨오리 농장을 예찰했음에도 조류독감을 찾아내지 못한 관리 소홀의 책임을 철새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조류독감이 철새를 통한 감염이 아니라면 농장에서 자연발생 할 수 있는가? 호남대 생물학과 이두표 교수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병원성 조류 독감은 자연계에 상존하며 철새 뿐 아니라 사육하는 환경에서도 잠재할 수 있다. 좁은 공간에 밀집하게 키우는 사육환경에서 병원균에 저항성이 약해진 닭과 오리들에게 투여되는 성장촉진제와 항생제에 의해 돌연변이가 생겨 저병원성 조류 독감이 고병원성으로 변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조류독감은 사람의 감기와 같은 것이며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넓고 깨끗한 환경에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전북 고창에서 육용오리를 8년째 사육하고 있지만 한번도 조류독감으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김병수씨(48)도 조류독감은 관리가 잘 된 농장에서는 감염되지 않고 대부분 환경이 열악한 농장에서 상존하고 있는 병균들과 합병증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사육환경 개선이 조류독감의 발병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철새의 유입으로 인한 외부 감염인 경우라도 조류독감은 공기로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분변 및 분비물에 의해 감염되므로 소독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조류독감이 발생할 때 마다 수백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들이 살처분을 당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이 규정을 위반하여 살아있는 채로 자루에 넣어져 매몰되고 있다. 상품으로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쓰레기 버리듯이 생명들을 유린하고 인력과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5차례의 조류 독감을 경험했지만 그 행태는 여전하다. 농장의 사육환경개선과 적절한 관리야 말로 생명의 유린을 막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관행을 막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