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고 배설물 가득한 사육장…자식처럼 키웠다는 말, 더 이상 하지 말길
[현장을 달리는 기자들]전북 AI 현장 취재후기-전주MBC 유룡·강동엽·이경희·김아연 기자
2014년 02월 05일 (수) 14:04:40전주MBC 유룡 기자 jak@journalist.or.kr
  
 
 ▲ 전주MBC 유룡 기자 
 
우리는 과연 닭과 오리를 자식처럼 키웠는가?
‘자식 같은 닭과 오리를 구덩이에 파묻는 심경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방송과 신문에서 몇 번 보았을 법한 표현이다. 전 재산을 땅에 파묻는 농민의 안타까운 심경을 대변했다고 애써 위로해보지만 한국은 닭과 오리를 결코 자식처럼 대우하며 키우지 않는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닭은 30년을 살 수 있는 짐승이다. 하지만 우리 식탁에 오르는 닭은 한 달이 조금 지나면 도계장으로 향하는 운명이다. 삼계탕용 영계는 불과 3주 만에, 그나마 길게 기른다는 오리도 한 달 보름이면 고기로 포장된다. 가축은 인간이 잡아먹기 위해 기르는 짐승이다. 그들을 어떻게 키우고 대우하는지는 문명사회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닭과 오리가 사는 환경은 어떤가? 카메라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새들이 떠 있어. 뭐라고? 떠 있다고. 비좁은 사육장을 낮은 자세로 카메라에 담다보면 새들이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병아리 때에는 움직일 공간이 있었지만 출하를 앞둘 때가 되면 날갯죽지와 날갯죽지를 너무 바짝 붙어 공중에 떠있게 된다는 말이다. 한 달 정도면 도계장으로 출하될 운명. 넓은 공간을 줄 필요가 없다. 고개를 숙여 모이를 찾아 먹는 것조차 신기하다.

똥을 치우지 않는 계사…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
그들이 죽기 전까지 똥도 치워지지 않는다. 닭과 오리를 출하한 뒤 주인은 비로소 사육장을 청소한다. 바닥에 잔뜩 쌓인 똥을 밀어낸 뒤 염기성이 높은 생석회 같은 것을 바닥에 뿌려 소독을 한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사육장에는 또 다시 병아리가 들어온다. 그들의 수명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사육장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삶, 배설물 위에서 사는 생, 가축은 감옥과 같은 곳에서 일생을 보내는데 자식처럼 키웠다니 말이 되는가?

가금을 취재하다보면 그들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바닥의 배설물들은 뿌옇게 날아올라 호흡기로 날아든다. 어느 한 개체라도 질병에 걸리면 삽시간에 전파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 수시로 소독약을 뿌리고 항생제를 물에 타 먹인다. 각종 약품 없이 결코 온전할 수 없는 존재이다. AI는 항생제로 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런 난리법석을 떨 뿐, 사육장 안에서 닭과 오리를 위협하는 질병들은 많다.

  
 
 ▲ 전주MBC 김아연 기자가 AI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배경으로 스탠드업하고 있다. 
 
몽골에서는 가축을 잡을 때 향불을 피우고 죽음을 앞둔 가축을 위로하는 예를 올린다고 한다. 한국은 가축을 매몰할 때 어떤 예의를 보여주는가? 포클레인과 흰색 방역복 그리고 전쟁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 있다. 바이러스의 매개로 철새를 지목하는 것도 예의를 벗어난 일이다. 그들은 자연의 일부로서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다. 원인은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열악한 사육 환경과 배설물, 사료와 분변, 생축 운반 차량 등 한국적 축산의 문제점에 천착해야 한다. 하지만 2003년 AI가 최초 발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원인은 밝혀지지 않는다.

가축 사육 두수를 조절하는 적극적인 대책은 왜 세우지 않는가?
AI가 진정 두렵다면 겨울 한철, 닭과 오리를 키우지 않는 것이 옳다. 고기가 모자라면 삼계탕을 반계탕으로 줄여 먹으면 된다. 사료비는 그만큼 절감될 것이며 가축분뇨로 인한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닭과 오리를 땅에 파묻지 않으면 국민 세금으로 수천억 원을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 건전한 농촌경제와 국토 환경을 위한 축산은 가능하지만 축산업계는 한없이 키워 고기를 먹어달라고 애원한다.

한국은 1년에 1억80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사육하는 축산공화국이다. 가금류만 5조원, 축산물 전체 생산액이 16조에 달한다. 업계의 눈으로 보면 2014년 1월 죽어간 270만 마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1억8000만 마리의 1.5%에 불과하고 시가의 80% 수준의 보상금도 지급된다. 한국의 양계는 하림과 동우 등 몇몇 대기업이 농장의 대부분을 계열화했다. 그들은 농가에 끊임없이 종계와 사료를 공급한다. 보상금은 조만간 사료 대금으로 회수될 것이다.

한국은 언제까지 공장에서 고기를 찍어내는 식의 밀식 사육과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는 틀에 박힌 방역을 지속할 것인가? 그런 축산과 정책은 옳지 않다. 진정 자식 같은 가축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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