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더불어 사는 마음
이근태 우송정보대학장
동물은 우리 인간들의 삶에 있어서 매우 오래 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예컨대 초기 인간사회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동물을 주요 식량자원으로 이용하였으며, 때로는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또 개, 사자, 매 등은 사냥을 돕는 역할을 하였으며, 말과 낙타 등은 운반의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동물의 예민한 후각과 청각을 이용하여 인간을 보호하는 데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인간이 동물을 키우게 된 동기는 실용적인 목적이 매우 강했던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동물을 반려자(伴侶者)로서 인식했던 것 역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단적인 예로 북이스라엘에서 발견된 1만 2000여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개의 화석을 들 수 있다. 구석기 시대 양식의 묘에서 나온 그것은 주인인 듯한 인간과 함께 매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개와 주인간의 친밀한 유대 관계를 보여 주기라도 하듯 죽은 사람의 손이 개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중세시대에 이르러서는 동물과 친한 것을 간악한 마녀의 행위로 생각해 재판에 회부되던 암울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18세기 말 중산층에서 애완동물 사육이 보편화되기 시작하였고, 19세기에 이르러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애완동물 기르기가 시작되었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취미생활의 일부로서 동물을 기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3년 현재 펫(Pet) 시장의 규모는 약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매년 3%의 시장 성장을 보이고 있어 2007년까지 19%의 시장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애완동물 관련 사업은 지난 95년경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98년 이후부터는 해마다 30∼40% 이상,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급성장을 이루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애완동물 시장은 약 1조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국내 내수경기의 침체로 최근의 성장 속도가 다소 느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2005년에는 4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실 애완동물이란 인간이 즐거움과 보람을 얻기 위해 기르는 동물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이때 둘 사이의 관계는 상호 공생적이어서 인간이 애정을 기울이는 것만큼 동물 또한 인간에게 여러 가지 만족감을 준다. 다시 말해 대부분 가축화된 동물은 경제적 또는 실용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것에 반하여 애완동물을 기르는 대가는 그 관계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인간과 동물간의 관계를 반려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각설하고, 우리의 조상들은 '까치밥'이라 하여 홍시나 사과, 배 등을 딸 때에 일부러 두서너 개쯤 남겨 두었다. 이는 겨울나기를 하는 조류들의 먹이로 두고자 함이었다. 또 음식을 먹을 때면 으레 고수레를 하고, 콩을 심을 때는 3알을 심었다. 하나만 심어도 될 텐데 굳이 3알을 심은 뜻은 한 알은 새가 먹고, 또 한 알은 땅속의 벌레에게 먹이기 위한 배려였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뭇 생명들과 더불어 살며 자연을 사랑하고 경외시하여 왔다.
이제 겨울이다.
사람이 애완동물을 키움으로써 얻는 것 중 하나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라고 한다. 모쪼록 모두가 더불어 사는 마음을 키워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2004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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