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7일 (일) 21:16   한겨레


동물을 위한 동물보호법이 없다



[한겨레]

정부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에 상정되었고, 지난해 10월 이래 여러 국회의원이 낸 동물보호법 및 관련법이 7개나 상정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에 정작 동물 보호를 위한 법은 없어서 세계 10대 경제대국, 정보통신 강국임에도 ‘아시아의 동물학대국’ 지위를 개선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마련한 동물보호법은 그에 걸맞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동물복지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없다. 이를테면 동물의 인도적 도살에 대해서 종래의 선언적 내용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유기동물이나 맹도견 등을 실험에 쓰더라도 막을 길이 없다. 또 그동안 민원사항이던 유기동물 보호소의 비리 방지, 반려동물 등록제를 병행한 소유자 교육, 피학대 동물을 상습적인 학대자로부터 격리하기 위한 제도 등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고, 다만 등록하고 관리하거나 일명 ‘개똥녀’를 막는 것과 같은 일에 초점을 두었다.


외국의 경우, 종래의 학대방지와 최소한도의 복지보장을 넘어서 동물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실질적으로 존중하는 복지의 개념으로 한 차원 높은 동물의 복지가 보장되고 있다. 이런 발전된 개념은 아니더라도, 동물을 이용하되 함부로 고통을 주는 것을 방지하는 ‘인도적 원칙’을 분명히 확보해야 하는데, 학대의 유형만 한두 가지 열거하는 것으로 동물보호법의 내용을 채우고 있으며 학대의 기본적인 정의조차 없다. 근대과학은 최소한 척추동물은 고통을 느낀다고 확증하고, 각국은 예외없이 동물보호법의 대상을 척추동물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농림부 장관이 정하는 동물’로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규정하고 있다.


또 동물학대 방지나 동물복지에 대한 최소한의 조건이 미비할 뿐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이 부족하고 시민사회의 참여가 배제된 관료적 성격을 띠고 있다. 동물윤리위원회는 황우석 사건으로 인해 기관윤리위원회(IRB)의 투명성이 쟁점이 되었는데, 이번 법에서 동물윤리위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소홀하게 다루어져서 앞으로 제2의 황우석 사건을 빚어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보호와 이용에 관해서 참여정부의 성격에 걸맞게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적인 기구가 필요한데 이런 내용이 배제되어 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등은 왜 동물보호법의 여러 긴급한 현안은 하나도 다루지 않고, 동물복지와는 관계가 없는 동물화장업, 장묘업, 납골업을 주내용으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상정하였는가? 수백만의 동물들이 생매장당하거나 함부로 도살당하는데도 규제할 법이 없는데, 왜 이런 동물의 복지문제를 도외시하고 일부 동물의 사후를 위한 묘지와 납골당의 문제를 다루게 되었을까? 무엇보다도 여당도 아닌 야당 의원인 이계경 의원은 왜 정부안과 글자 한 자 틀리지 않은 법안을 제출하였는가? 다른 여타 국회의원들의 법안도 정부안의 한두 구절을 그대로 옮겨 쓰거나, 동물 복지와는 거리가 먼 법을 상정하고 있어서 국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어떻게 정부도, 국회도 그동안 만연한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 동물에게 적절한 최소한도의 복지를 보장해주는 법은 내지 못하는 것인가? 지난해에는 머리에 대못이 박힌 고양이 사건 때문에 시민들이 수서경찰서에 수없이 민원을 넣었고, 인터넷에서는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달라는 서명이 며칠 만에 만명이 넘었으며, 이런 민원들이 농림부·청와대에 제출되었다는데 이런 민원들은 다 어디로 날아갔는가?


박창길/성공회대 유통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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