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어요, 할머니"...의로운 '소'의 죽음 감동
TV리포트 2007.1.19
[TV리포트] 주인을 알아보고 정을 통하는 동물은 비단 개와 같은 반려동물 뿐만은 아니다. 예전, 경북 상주시에선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가 숨지자 묘소를 찾아가 문상한 '의로운 소'가 있어 화제를 모았다.
이와 관련 18일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지난 11일 세상을 뜬 '의로운 소' 누렁이의 숨겨진 감동 사연을 소개했다. 이날 방송에선 누렁이가 죽기 전 3일간의 기록과 성대하게 치러진 장례식 모습이 공개됐다.
'의로운 소' 누렁이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1993년. 임봉선(73)할머니의 암소 누렁이는 이웃에 살며 자신을 남달리 사랑해주던 김보배 할머니가 사망하자 고삐를 끊고 사라졌다. 깜짝 놀란 주인 부부가 누렁이를 찾은 곳은 바로 김 할머니의 묘소.
발견 당시 누렁이는 묘소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달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주인의 손을 뿌리치고 김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 할머니 영정에 '문상'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방송에선 올해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긴 19살 누렁이의 마지막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졌다. 온몸이 마비된 채 가쁘게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누렁이는 故 김씨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고는 마지막 힘을 다해 혀로 핥는 등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내 보는 이들을 감동하게 했다.
살아생전 자신의 어머니와 남다른 정을 주고 받았던 누렁이의 모습에 김씨 할머니의 아들 서세모 할아버지는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누렁이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뤄졌다. 500kg이 넘는 누렁이를 옮기기 위해 중장비가 동원됐다. 마을 주민 100여 명은 12일 꽃상여를 마련하고 장례절차를 거쳐 사벌면 삼덕리 상주박물관 옆에 누렁이를 묻고 '의우총(義牛塚)'으로 지정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사랑해준 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한 누렁이에 대해 이날 방송에 출연한 마을 주민들은 "영물이다" "장례식을 치러줄 만한 가치가 있다"며 추억했다.
한 네티즌은 "짐승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세상에 주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 진한 감동을 느낀다"고 애도했다.
한편 보도된 바에 따르면 누렁이 장례를 치러준 상주시는 앞으로 '의우총 건립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누렁이 행적과 이야기를 길이 전할 계획이다.
(사진 = 방송장면)[이제련 기자 carrot_1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