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계속되는 구제역 사태
지난 4월 강화군 내가 살고 있는 동내 바로 옆인 선원면의 한우농장에서 첫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오고 사흘 만에 5개 농장으로 확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더구나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력이 소의 최대 3천배에 달한다는 돼지에까지 구제역이 발생하자 강화도 전역이 비상이었다. 또한 이번 강화도 구제역은 2000년 3월 우리나라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네 번째였던 데다가 올해 1월 2일 포천에서 8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하고 3월 23일 구제역 종식 선언을 한 지 16일 만에 다시 발생한 것이라 강화도민들에게 그 충격이 컸다.
이번 구제역 사태로 인해 방역 당국은 초기에 빠른 속도로 구제역이 번지자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발생 농장 주변 반경 500m에서 3㎞로 확대했고 구제역 감염 우려가 높은 경우 실제 감염되었든 안 되었든 관계없이 모조리 매몰 처분을 실행했다. 이에 따라 첫 발병지인 선원면 한우 농장과 여기에서 3.5㎞ 떨어진, 현제 제가 머물고 있는 불은면 돼지 농장 2곳 주변 3㎞ 안에 있는 우제류(구제역에 걸리는 발굽이 2개인 소, 돼지 같은 동물) 2만 8천여 마리를 모두 살처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한우 2만여 마리를 비롯한 강화도 우제류 8만여 마리의 1/3이 넘는 엄청난 양이었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들의 치사율은 5%정도로 매우 낮으며 대부분 2주내에 항체가 생겨 자연치유가 된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이번 구제역 이정배 교수의 말마따나 ‘자본주의적 욕망(耽)과 백만 생명을 땅에 묻을만한 잔혹함(嗔), 그리고 죽을 줄 알면서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기심(痴)으로 자연붕괴에 일조하는 현실’을 적날하고 잔인하게 보여준 사태였다. 특히 집단 폐사와 같은 경우 윤리, 환경, 과학, 심지어 그들이 그토록 추구하는 경제까지 어느 하나 득이 될 수 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유일한 대비책인 마냥 어리석고도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앞으로 축산업계, 정부, 소비자의 임무
우선 지금의 축산업의 가장 큰 문제인 집약적 밀집 사육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 동물들이 겨우 목숨만 부재하고 살아가는 주거 공간에서, 또한 지역에서 키울 수 있는 것 이상의 사육을 하면서 동물들은 물론 우리의 터전마저 오염되어 가고 있다. 때문에 하루 빨리 분산형 축산과 지속가능한 유기 축산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난번 농협중앙회에서 피해보상과 방역대책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발전 방향’이 아닌, 지구와 지역과 내가 순환하고, 그 본연의 의미인 ‘인간사회의 환경, 경제, 사회적 양상의 연속성에 관련된 체계적 개념으로 지역의 이웃에서부터 지구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동물복지형 축사환경 및 사육 방식 도입방안, 시도별 가축 사육두수 통제방안, 영세 축산농가 대책, 친환경축산 직불제 확대 방안 등의 제도적 개선을 시행해야 한다. 더불어 축산업 허가 도입, 가축거래상인 허가제 도임, 축산농장출입차량등록제 및 위치 추척 시스템 도입, 사육밀도규제, 폐사축 처리시설·방역시설 정검, 방역교육 등의 법률개정 및 신설안 역시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렇게 병들어가는 동물들을 팔게끔 만드는 시장 시스템을 성찰해야 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겉으로만 보이는 가격에 한눈팔려 그 식품의 ‘과정’을 보지 않게 된다. 우리의 건강을 책임 질 이 음식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현제와 같은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과소비를 위한 과 생산 시스템이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우리가 이런 무서운 현실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익숙해’ 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습관화 된 비 자연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 이 지구에서 동물들, 나아가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동물에게 좋은 환경이 나에게도 좋은 환경이 된다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공생의 길이 아닐까? 그러므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소비 욕심을 줄이고 서로의 자연스러움을 인정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의식 개선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러한 의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 등이 국가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저 먼 나라에서 비행기타고 몇 박 며칠 걸려가며 이곳에 도착하는 고기들, 어디든 마트 한쪽 면을 꽉 채우고 있는 육류 코너, 매일 회식 자리나 여행 자리에는 어떤 고기를 먹을까 부터 생각하는 모습이 과연 ‘자연스러운 모습’인지 생각 해 보아야 한다.
더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해 진 잘못 된 과도한 육식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아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육식 섭취량은 1985년 38.9g에서 2005년 95.1g으로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육식 소비량이 늘어났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데, 이를 통해 대량 가축 사육장도 늘어났음은 당연하다. 또한 가축의 사육장이 늘어나면서 생긴 경쟁 구조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싼 고기를 원하게 되고, 결국 현제 대부분의 축산 농가가 실행하고 있는 공장식 축산의 형태를 나타내게 되었다는 짐작 할 수 있다. 더욱 싸게 키워 싸게 팔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더 작은 공간에, 더 싼 사료로 더 뚱뚱하게 살을 찌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되었고, 그 결과 6개월의 삶속에서 돼지들의 23.8%가, 사육두수에 따라 31.0%가 소모성질환으로 죽어나가게 된 것이다. 즉 과도한 육식문화가 이번의 구제역과 같은 병을 만들어 낸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엔 나를 위한 일
앞으로 이미 일어난 일을 수습에 급급해 구제역사태와 같은 재앙을 낳기보다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 할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결국에는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지구상에 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조금 비싸고 조금 더 시간이 든다 하더라도, 내 건강을 책임지는 먹을거리에 더 깊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감으로써 내 자신도 지키고 지구도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아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