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먹는풍속은 중국서 유래 / 김의숙(강원대 대학원장, 민속학)
우리 전통민속은 `부정탄다' 여겨
더운 삼복철에는 떨어진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는 습속이 있어서 견공(犬公)과 닭이 수없이 희생된다.
특히 개고기를 즐겨 찾으므로 서구인들로부터 '야만적'이라는 지탄을
받아온 지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애완견과 먹는 개는 다르다” 또는
“남의 나라의 식(食)문화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문화적 폭력이다”는
식으로 항변하지만 설득력을 잃고 있다.
수없이 버려진 애완견이 보신탕으로 환원되는 경우를 보여주는
TV의 고발 프로가 등장하였고, 개고기가 보양음식으로 특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내려진 지 오래이다.
게다가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야하는 시대에 혼자만
'전통'이라고 우기는 것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고기를 먹는 습속이 우리의 `전통'인가?
그건 `아니다'. 본래 개고기를 먹는 풍속은 중국에 있었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삼복(三伏)조에 보면,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비로소 삼복제사를 지내는데
성 안 4대문에서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막았다”고 했다.
유득공의 `경도잡지(京都雜誌)'에도 이 기사를 인용하고
"이것이 복날의 고사(故事)인데 지금 풍속에 이것을 먹는다"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처음에 중국에서 제사의 희생물로써
개가 바쳐지고 그것을 먹은 풍속이 우리에게 전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의 전통민속에서는 개를 먹는 것을 `부정 탄다'고 해서
지극히 꺼린다.
개를 먹은 자는 물론이고 잡는 것을 본 자도 동제(洞祭)나 혼례 및
상례 등 중요한 행사에 참여할 수 없음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특히 산삼을 채취하기 위해 신성한 산에 드는 심메마니에게 있어서
개고기는 제일의 금기(禁忌)이다.
개가 이렇게 금기의 대상이 된 것은 우리의 선조들이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깝고 오로지 주인에게 충성하는
신성한 영혼을 지닌 영물(靈物)이기에 상해하는 것은 부정(不淨)하다”고
인식한 결과이다.
지금은 옛날처럼 먹을 것이 없는 세상도 아니고,
인간과 견공(犬公)의 끈끈한 정서로 보아서,
그리고 지금은 세계인이 함께 사는 시대이기에
김의숙(강원대 대학원장, 민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