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26일 (화) 08:02 한겨레21
[내가 반해버린 문장] " 나는 아이스크림 속에서 태어났다."
[한겨레]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나는 아이스크림 속에서 태어났다
<음식혁명>(존 로빈스 지음, 안의정 옮김, 시공사 펴냄)
저녁이면 어두워지는 우리 동네에 얼마 전 분홍색 배스킨라빈스가 생기더니, 스타벅스까지 초록색 불을 밝혔다. 기말고사 50등 명단이 걸려 있는 학원에서 쏟아져나온 교복 입은 학생들은 밤 12시가 다 되어 삼삼오오 배스킨라빈스로 몰려간다. 존 로빈스는 세계를 지배한 아이스크림 제국 로빈스 가문의 아들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 조건에 대한 반성적 인식에서 출발해 패스트푸드 반대운동가로 성장했다. 사실 우리를 지배하는 사회는 우리의 존재 체제에 대해 발화하길 꺼린다. ‘자본주의’를 말하는 순간 비로소 ‘자본주의 아닌 체제’를 깨닫게 되듯이, 존재 체제는 발화되지 않아야 유일신으로 남기 때문이다. 존 로빈스는 자기 고백으로 책을 시작한다. 삶의 체제에 대한 성찰로 시작한 이 책은 먹을거리에 대한 유일 신앙을 깨뜨렸고, 채식주의자들과 생태주의자들 그리고 동물권리론자들의 고전이 되었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