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구로캣맘회가 길고양이 보호가 포함된 자치구 조레를 추진하면서, 이 조례안을 심의하는 구로구 도시건설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낸  서신입니다.

이번에 심의가 임박해 구로구 의회에 자료를 보내, 구로구 의회를 설득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나 기회가 없는 등과 같은 이유로  구로캣맘회나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 동물단체가 요구하는 내용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었으나,  이번  노력이 다른 지역이 조례를 제정하는데 참고가 되리라 보아, 아래에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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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박칠성 도시건설위원회 위원장님

 

발신: 구로구 캣맘회 홍보팀장 차연경

 

내용:

 

안녕하세요, 위원장님.

 

저는 구로구에서 캣맘으로 활동하고 있는 차연경이라고 합니다. 결혼한 지 18년째인 가정주부이고 4명의 아이를 기르고 있고, 구로구에서는 14년째 살고 있습니다. 일단 캣맘이란 단어가 생소하시지요? 캣맘은 길고양이에게 사료와 물을 주고, 구충과 방역을 하며 돌보는 자원봉사자입니다. 캣맘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려면, 그 길고양이는 TNR(길고양이 중성화수술)이 되어 있거나, 중성화수술을 할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지역주민과의 마찰로 캣맘도 길고양이도 몹시 괴로워지게 됩니다.(따라서, 민원이 발생하자마자 즉시, 구청TNR을 기다리지 못하고, 캣맘이 개별 TNR을 실시하게 되지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OECD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길고양이와 인간과의 공존을 꾀하는 방식입니다. 비록 길고양이에게 중성화 시술을 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아직 찾지 못하였지만, 과거의 포획후 안락사 방식보다는 한단계 나아간 공존을 위한 방식이란 점에서는 전 지구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변명이지만, 길고양이에게도, 길에서 사랑하고 길에서 새끼를 낳고 기르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리라 봅니다.

길고양이는 코리안 숏헤어라는 한국토종고양이의 야생고양이 버전이기도 하지만, 길고양이 개체수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 것은 길에 버려지는 고양이의 숫자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길고양이의 수명은 보통 5-8년이며, 캣맘의 도움이 없을 경우 이보다 더 짧은 게 현실입니다. 쓰레기 봉투를 뜯고, 발정음을 내고, 영역싸움을 하여, 주민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길고양이 어미가 낳은 다섯 마리의 새끼 가운데 0.5마리 정도가 6개월 이후까지 생존하며, 1년 이후까지의 생존률은 0.3마리, 3년 이후의 생존률은 0.1마리로 파악됩니다.

주요 사망원인으로는 굶주림, 쉼터의 부재, 질병, 쥐약, 로드킬(길고양이 교통사고),불법포획인의 포획 등 이 있습니다.

서울시에는 한국고양이 보호협회 추정으로, 20만마리의 길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서울시가 TNR(길고양이 중성화수술)을 시술하는 개체수는 약 5천마리입니다. 건강하고, 번식력이 좋은 대장 길고양이부터 먼저 포획하여 중성화시술을 할 경우, TNR사업은 더욱 효과적인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실력있는 포획인도 800세대 기준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서 밤새 포획할 경우에, 포획하는 개체수는 3-4마리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대장 길고양이는 몹시 잡기 어렵습니다. 중성화시술이 길고양이의 특정 영역에서 일부만 실시될 경우, 영역의 TNR된 개체들이 영역에서 밀려나 죽게되고, 밀려난 개체수만큼 영역에 새로운 개체들이 들어옵니다. 따라서, 중성화시술은 영역별로, 전체 개체수의 70~80%가 중성화될 때까지 끈질기게 실시되어야 합니다. 전문포획인이 그렇게 해줄수 있나요?

 

제가 길고양이를 만난 것은 어느 비오는 봄날이었습니다. 독서실에서 밤에 돌아오는 딸아이를 마중갔다 오다가, 길에서 비를 맞고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게되고, 딸이 제게 저 고양이 먹이를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먹이를 주는 일은 참 간단하지가 않았습니다. 우선 먹이를 주는 게 불법일까? 사람들한테 들키면 혼나지 않을까? 한 마리를 주면 수십 마리가 달려오는 건 아닐까? 저 고양이의 평생을 내가 돌보는 것일까? 나쁜 병은 없을까?

 

고민이 끝도 없고, 이일을 왜 시작했나, 이건 내 돈 들여가며 욕먹는 일이고, 천당에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몸고생 마음고생을 사서 하고도 주민들한테 들켜서 혼날까봐 도둑처럼 밤 12시에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밥주는 아이들이 길에서 아이낳고 고생스럽게 사는 것은 싫기 때문에 캣맘들끼리 모여서 밤새 개별포획을 하고, 같이 모여서 길고양이 민원을 해결하게 됩니다. 길고양이들은 밥을 주는 엄마의 목소리는 잘 알고 캣맘을 믿기 때문에, 포획인의 덫은 의심하지만 캣맘의 덫은 의심을 덜 합니다. 캣맘들이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하면서 포획틀을 설치하고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다시 원래의 영역에 방사하는 개별 TNR을 실시하면, 포획인의 두배 정도, 800세대의 아파트에서 하룻밤에 5-8마리를 포획합니다.

 

아파트 일에 전혀 관심도 없이 아이 기르기에만 빠져있던 제가, 입주자 대표회의에 가서 길고양이와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주민대표들을 설득하고, 길고양이에게 돌을 던지는 동네 꼬마들을 혼내고, 길에 떨어진 휴지를 줍고, 길에 있는 똥도 치웁니다. 마을 대소사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하고, 누가 길고양이 뭐라고 이야기 할까봐 귀를 쫑긋 세우느라 관심영역이 많이 늘었습니다. 제 아이들은 저와 함께 길고양이에게 밥을 줍니다. 국가의 정책에 관해 이야기도 하고, 생명권존중이 왜 필요한가, 지구 생태계안의 작은 인간이 왜 다른 생명체들을 학대하는가 같이 고민하고 대안도 생각해 봅니다.

 

경기도에서는 오산을 비롯하여, 벌써 몇군데의 지자체들이 동물보호 조례를 만들었고, 지자체별 동물보호조례 제정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지만, 서울은 구로가 처음입니다. 강동구도 구로구의 눈치를 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도심 길고양이 생태계와 인간생태계의 공존이 중요하지 않았다면, 지난 5년간 TNR사업이 서울시에서 꾸준히 지속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저희 캣맘들이 안심하고 구로구 TNR사업을 도울 수 있도록 하루빨리 동물조례를 만들어주십시오. 또한, 길고양이를 위한 TNR사업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동물복지의 개선을 위한, 친환경복지축산물의 소비, 인도적 도축운송, 및 동물보호업무의 지원 등의 조항들이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구로구 조례에도 반영되어, 우리 인간뿐 아니라, 전 생태계가 평화롭고 안전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13. 06.17 구로구 캣맘회 차 연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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