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 실험동물
인간의 아름다움을 도와주기 위해 눈을 잃고 죽어가는 동물이 있다. 빨간 눈의 토끼다. 새 화장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 성 실험을 거쳐야 한다. 결막, 망막 등 생체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토끼 눈에 화장품을 강제 주입한다. 며칠이 지나면 눈이 썩고 실명, 결국 생명을 잃는다. ‘실험동물’이 난치병 치료용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위해 이렇게 희생되기도 한다.
지난 6일 오후 부산 기장군 기장읍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이색 위령제가 열렸다. 제상에 생선 대신 생선을 찍은 사진이 올라갔 다. 실험실에서 죽어나간 각종 어류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 된 위령제여서 생선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산과학원은 연간 2만여 마리의 물고기를 실험동물로 사용하고 있다. 땅 위의 동물뿐만 아니라 물속의 물고기도 인간을 위한 실험동물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국내에서 실험연구용으로 사라지는 동물은 연간 500만 마리이며 동물실험실을 운영중인 곳은 590여 곳. 필요악이라고는 하지만 동물의 목숨을 놓고 실험을 하는 연구원들이 느끼는 고통은 여간 큰 게 아니다. 그래서 동물실험을 많이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서울대병원 등은 해마다 위령제를 지낸다.
동물의 팔자도 국가별로 천차만별. 한국에서 태어난 동물은 그저 위령제 정도로 만족해야 하지만 영국의 경우 131년 전인 1876년 세계 최초로 동물학대방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물고기들이 ‘산소가 부족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로 ‘둥근 어항에 살지 않을 권리’가 주어질 정도다.
국내에서도 동물보호법이 1991년 제정되긴 했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다듬는 과정에서 선진국처럼 영장류에 대한 팔 다리 절단실험 등을 금지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농림부는 1월 개정 동물보호법 공포와 때를 같이해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로 불러줄 것을 당부했다. 애완(愛玩)은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른다’는 뜻이고 반려(伴侶)는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뜻이다. 그 반려의 개념은 고향에 홀로 남은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하는 개를 보면 확연해진다. 이 땅의 동물들이 애완 차원을 넘어 반려의 정을 느끼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영호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