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레포트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 여성에 의한 모란시장에 관한 것입니다.
그녀는 채식주의자로 동물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개고기 시장을 한번 자신이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에 모란시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 레포트는 그 때의 상황을 전해 드리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얼마 되지 않는 개고기 시장인 모란시장의 실태를 알리는 매우 귀중한 자료이므로, 동물문제를 생각하는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생각에 당사자에게 게재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 레포트를 많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널리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전재할 곳은 동물보호관련 게시판에 한정 합니다.
그녀가 모란시장을 찾은 것은 2009년 8월로, 이 레포트는 1부~4부로 되어 있습니다.
일본인이 본 모란시장 4
어떤 배반 |
이번에는 모란시장에서 봤던 광경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에 대해서 접해보자.
그것은 서울시내에 나가기 위해 지하철역에 갈 때의 일이었다.
우연히 하얀 소형견을 안은 젊은 남성과 스쳐 지나갔다.
옅은 블루 티셔츠를 입은 그 남성이 가슴에 안고 있는 것은 그의 애완견으로 보이는, 털을 짧게 자른 말티즈였다.
그것뿐 이었다면 특별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개 주인이 자신의 개를 안고 산책을 하는 것뿐 이니까.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뭐가 달랐는지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단순한 산책은 아닌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신경이 쓰여서 유턴해서 남자를 따라가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남자는 모란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개고기시장의 목전의 통로로 점점 안 쪽으로 계속해서 들어간다.
딱히 빠른 발걸음은 아니었지만, 보폭이 컸기 때문에 혼잡한 인파 속에서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식용견이 들어있는 우리를 오른손으로 지나며 싫은 상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는 자신의 애견을 팔아버리려는 것이 아닐까.
도중에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계속 시장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멈추었다.
나쁜 예감이 적중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남자가 들어간 곳이 식용견을 파는 곳이 아니라 애완견을 파는 곳이라는 것.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 열려있던 애완동물가게의 중년여성에게 개를 건네주고 대신 몇 장의 지폐를 받았다. 청바지의 뒷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은 지폐의 금액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몇 장이었다.
중년여성은 케이지 안에 있던 거무스름한 개를 일단 밖으로 꺼내놓고, 남자가 막 판 하얀 개를 대신 케이지에 넣었다.
하얀 개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인, 아니 주인이었던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다.
매매가 무사히 성립되자, 남자는 허리를 숙여 하얀 개에게 뭔가 말을 했다.
행운을 빈다는 따위의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서서 왔던 때처럼 똑같이 빠른 걸음으로 떠나갔다.
하얀 개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천진난만하게 꼬리를 계속 흔들었다.
‘금방 또 데리러 오겠지’ 라는 것처럼 느끼는 것 같이 보였다.
설마 버림받은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겠지.
오히려 슬프게 울거나, 짖는 편이 혹시 아직 조금은 구해진 기분이 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을 100% 믿어주는 존재를 어떻게 이렇게 쉽게 배신할 수 있는 걸까. 단 만 몇 천원 때문에.
무너질 것 같은 기분으로 시장을 뒤로 했다.
모란시장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 아마도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글 작성자 : M.H
글 소개자 : 미키
번역자 : 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