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저.
현대의 도살 의식
소는 일렬종대로 해체장에 들어간다. 그들은 들어가자마자 공기총을 맞는다. 무릎이 굽혀져서 쓰러지면, 작업원이 재빠르게 뒷다리 발굽에 체인을 묶는다. 플랫폼에서 기계로 소의 몸을 끌어올려 거꾸로 매단다. 작업원들이 긴 칼로 소의 목을 찔러 1~2초 동안 후두 깊이 칼을 꽂고 있다가 재빨리 칼을 뺀다. 이 과정으로 경정맥과 경동맥이 절단된다.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와 바닥에 흘러 넘쳐 작업원과 설비는 피투성이가 된다. 어떤 저널리스트는 이 광경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식육해체장의 바닥은 피바다였다. …복사뼈까지 잠기는 이 수영장에서 미지근한 피가 거품을 내다가 응고되어 간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냄새 때문에 숨이 막힌다. 남자들은 온 몸이 끈적한 피투성이가 되었다. 매일 밤, 이 끈적끈적하고 역겨운 때가 완전히 닦여진다.
죽은 소는 해체라인으로 옮겨진다. 최초 작업장에서는 가죽을 벗겨낸다. 복부의 중앙을 절개하여 가죽을 벗기는 기계가 전신의 가죽을 한번에 벗겨낸다. 머리를 자르고, 혀를 잘라 떼어낸 후, 내장을 끄집어낸다. 이것이 끝나면 몸통이 다음 작업장으로 옮겨지고 전동 톱으로 척추를 따라 두 개로 완전히 절단되고 꼬리는 잘라 내어진다.
다음날, 작업원은 전동 톱으로 고깃덩이를 스테이크 용의 각 부위, 척(어깨), 립(등), 브리켓(배) 등으로 나누어 잘라서 차례로 컨베이어 벨트에 던져 넣는다. 각 컨베이어 벨트에는 각각 30~40명의 종업원이 배치되어있어, 그들은 고기를 자르거나 포장한다. 깔끔하게 모양새를 갖추고 진공 포장된 쇠고기의 잘린 몸이 전국의 슈퍼마켓으로 운송되어 밝은 조명이 비춰진 정육점에 진열된다.
감정 없는 해체작업
해체공정에 배치된 인간이 부분적으로 기계로 대체된 것은 살아있는 인간에게 새로운 현실인식을 가져왔다. 「죽인다」라는 행위에 감정이 동반되지 않게 되어, 무관심하게 변한 것이다. 인간은 벨트 컨베이어에 의해 설정된 페이스와 요구에 따르는 것을 강요당하는 단순한 공범자가 되었다.
벨트 컨베이어 해체공정은 근대 산업생산의 기본적 컨셉트인 분업, 24시간 생산체제, 대량생산, 그리고 무엇보다도 효율을 도입했다.
소는 피조물의 위대한 단계에서 한 단계 격하되었다. 유사이래 천 년에 걸쳐 서양문화에서 숭배되어 온 이 고귀한 피조물이, 체인에 매달려 레일에 연결되어 작업장을 바삐 이동해가며 찢겨지고, 잘려지고, 분해되어, 모양이 정돈된 뒤 컨베이어 시스템의 말미에 가까스로 도착했을 때에는 생명의 흔적이 남지 않은 고깃덩이가 되는 것이다.
번역봉사: 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