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이 오히려 더 인간답다

조회 수 15810 추천 수 196 2004.11.26 00:00:00
== 冊 '동물에게 귀 기울이기'에 대한 좀더 풍부한 내용의


  
짐승이 오히려 더 인간답다  
(::동물에게 귀 기울이기/마크 베코프 지음/아이필드::)

  
에코의 아들 엘리는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굽어 걷지 못했다. 친족들이 모두 떠났을 때, 에코는 엘리와 남았다. 곡절끝에 엘리를 걷게 만든 것은 결국 에코의 보살핌이었다. 에코는 22개월간 엘리를 뱃속에 품었고 4년간 젖을 먹였다. 엘리가 12살때 창이 30㎝나 꽂히는 부상을 당했을 때도 에코가 그를 지켰고 그를 살렸다. 에코와 엘리는 코끼리다. 과연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 수용하기 위해 에코네 같은 동물 가족을 해체시켜 이리저리 옮겨다니게하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 단순히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게 문제가 아니다. “다른 동물의 영혼에게 자신을 개방할 때 축복받고 있음을 느낀다”는 저자는 영적인 희망을 동물에게서 찾는다. 그는 “동물을 연구함으로써 내가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가”라고 겸허하게 고백한다. 그렇다면? 분명 우리도 귀 기울여 볼만 하다.


콜로라도대 교수인 저자는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제인 구달과 함께 지난해 ‘생명 사랑 십계명’을 펴낸 동물학자다. 저자는 온갖 신비로 가득한 동물의 삶을 보여준다. 옳고 그름을 따져 공명정대한 행동을 하고, 감정과 지적능력을 갖춘 동물들. 인류가 지구상에서 도덕관념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 믿는 어리석음을 부드럽게 깨우쳐준다.


일단 동물에 대한 상식의 지평을 넓혀보자. 여우도 장례식을 치른다는 사실을 상상해 보았는가. 저자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바,“암컷은 뒷다리로 흙을 차고 있었다. 죽은 수컷의 몸을 덮을 수 있도록 몸의 방향을 조정하고 있었다. 몇시간 뒤, 시체는 전체가 다 묻혀 있었다”고 한다.


저자가 키우는 덩치 큰 양치기 개 제트로는 박애주의자다. 탈진한 토끼를 물고 나타난 제트로는 ‘빨리 이 친구를 회복시켜달라’는 식으로 주인에게 내민다. 토끼가 회복되기까지 지극 정성으로 옆을 지킨다. 기쁨, 슬픔, 우울을 경험하는 코끼리는 굉장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 22년동안 따로 살다가 우연히 재결합한 두 코끼리. 이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포효를 터뜨리며 상대방을 진정 그리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침팬지는 약초를 통해 스스로 치료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침팬지, 고릴라, 돌고래, 코끼리, 늑대, 개 등이 인간적인 기준을 만족시킬 때조차도, 인간으로 부르지 못하는게 인지상정. 저자는 두려움 탓이라고 지적한다. 동물을 사람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인간 개념을 흐리게 하고, 그것은 다시 인간을 하찮은 존재로 격하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라는 거다.


이쯤되면 ‘인권’ 대신 ‘동물권’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100만마리의 생쥐를 암 연구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동물들이 치르는 비용이 인간이 얻는 이익보다 적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 비용과 이익을 결정하는 게 바로 사람이라면, 인간에게 유리한 편견이 작용하지 않겠는가. 식용 동물들에 대한 ‘학대’도 곱씹어볼만 하다. ‘우유 기계’젖소에게는 어미가 되어 어린 새끼들을 돌보는 게 허락되지 않는다. 닭 등 새들은 서로 쪼거나 잡아먹는 습성이 있는데 사육장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부리의 절반을 제거한다. 물론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영계가 적당히 자라는데 예전엔 16주가 필요했으나 최근에는 호르몬제 덕분에 6주면 된다. 성장호르몬 자극을 받은 젖소는 하루 50㎏의 젖을 생산하는데, 이는 정상 생산량의 10배가 넘는다.


“잔혹성을 대체할 대안은 늘 존재한다. 붕괴되기 쉬운 자연질서, 또는 정교한 생물 균형은 우리 모두에게 조화롭게 살아가며 자연의 전체성, 우수성 그리고 관대성을 파괴하지 않도록 요구한다.”인간이 오만하다는 지적은 사실 새롭지 않다. 인간은 생존의 절박함 없이 동물을 해치고 자연을 파괴하는 유일한 종이다.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이야기도 어쩌면 고리타분한 소리일수 있다. 하지만 ‘잘난 인간’이 자연의 정신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지구의 수호자가 될 수도 있다. 저자의 말대로 ‘놀라운 이 지구에서 사는 짧은 시간이 아주 가치있는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이덕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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