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나그네쥐)은 먹이가 떨어지면 바다로 뛰어들어 집단자살을 감행한다.’ ‘꿀벌은 전투에서 생명을 잃는 것을 각오하고 적에게 침을 꽂은 후 사망한다.’ 지난달 말 호주와 뉴질랜드 해안 세 군데에서 고래 수십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동물의 자살’에 관한 주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수년에 한 번씩 고래의 떼죽음이 보고되고 있지만 그때마다 전문가들도 속 시원한 원인을 밝히지 못해 해석이 구구했다. 때때로 동물의 죽음은 ‘무리를 위한 자기희생’이나 ‘몸을 던지는 동료애’ 때문인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나그네 쥐’ 미끄러져 떼죽음
무리를 위해 자살을 감행한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가 노르웨이에 사는 레밍이다. 레밍은 3, 4년마다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봄이나 가을 밤 집단으로 이동하다가 바닷가에서 막다른 벼랑에 다다르면 바다에 빠져버린다는 얘기. 늙은 쥐들이 스스로 ‘집단자살’을 행함으로써 나머지 젊은 무리가 배곯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준다는 해석이 세간에 회자돼 왔다.
하지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생물학과 데니스 치티 교수가 1996년 발간한 저서 ‘레밍은 자살하는가? 아름다운 가설과 추한 사실’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먹이를 찾아 우왕좌왕하던 레밍 집단이 벼랑에 다다랐을 때 그만 미끄러지는 바람에 떼죽음을 당한다는 것. 어느 동물이든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려는 욕구가 강한 것이 본능인데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집단을 위하는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치티 교수의 저서 이후로 적어도 학계에서는 더 이상 레밍에 대한 구구한 논의가 사라졌다고.
동물 가운데 가장 ‘자살’에 가까운 죽음을 맞는 것으로 알려진 침팬지. 어미가 사망한 후 어린 침팬지가 시름시름 앓다가 숨을 거둔 사례가 보고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꿀벌, 적에게 독침 꽂고 죽어
동료를 위해 무모하게 몸을 던져 적과 싸우는 동물의 모습 역시 ‘자살’과 가깝게 보인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꿀벌이나 개미처럼 무리를 지어 사는 사회성 곤충에게서 이런 사례들이 곧잘 발견된다”며 “하지만 동료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꿀벌의 무리에서 일벌은 적이 나타나면 여왕벌을 보호하기 위해 침입자에게 ‘독침’을 꽂고는 한두 시간 후에 사망한다. 그런데 침의 돌기가 위로 솟아 있어 적의 몸에 꽂힌 침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사실 일벌의 입장에서 적에게 침을 ‘쏘고 빠지는’ 작전이 더 안전하고 유용하다. 하지만 침이 잘 빠지지 않아 무리하게 힘을 주다 보니 그만 몸속 내장의 상당부분이 같이 터져 나오게 된다. 이를 두고 과연 자신의 의지대로 목숨을 내놓았다고 볼 수 있을까.
싸움이 끝났을 때 목이 잘린 채 적의 머리를 물고 있는 일본왕개미의 모습. 자신의 몸이 잘려나갈 때까지 처절하게 버티는 것이 과연 자기희생적인 행동일까. -사진=최재천 저 ‘개미제국의 발견’
최 교수는 또 “개미는 적과 싸울 때 일단 상대를 물면 다른 적이 자신의 허리를 끊어도 절대 놓지 않는다”며 “일단 몸을 추스르고 다시 적을 공격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고래의 떼죽음에 대해 한 가지 해석으로 ‘가족애’가 등장했다. 가족 가운데 한 마리가 뭍에 갇히는 바람에 형제자매가 구하려고 몰려들다 참사를 당했다는 것. 하지만 고래는 원래 가족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동물이므로 식구를 구하려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몰살을 당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박시룡 교수는 “이번 고래 사건에 대해 코가 병균에 감염됐다거나 미 해군 장비의 소음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었다는 등 해석이 다양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침팬지, 가족 죽으면 우울증 빠져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침팬지. 놀랍게도 침팬지는 가족의 죽음을 접하면 우울증에 빠져 숨을 거두기도 한다.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자인 제인 구달 박사가 들려준 얘기 하나. 어느 날 어미가 사망하자 어린 침팬지가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식음을 전폐하다 한 달 후 그만 숨을 거뒀다.
최 교수는 “갓 낳은 자식을 잃자 몇 주씩이나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한 어미 침팬지가 어린 침팬지를 양녀로 삼고서야 우울증에서 벗어난 사례가 있다”며 “하지만 이를 두고 사람처럼 죽음의 의미를 인식하고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정원

2004.12.08 21:35:50

'동물의 죽음은 무리를 위한 자기희생이나 몸을 던지는 동료애 때문인 것으로 비친다'는 추측에 공감이 가네요. 침팬지가 식음을 전폐하다 숨을 거두는 거나, 제가 직접 목격했던 일인데 주인의 죽음을 맞은 강쥐모녀가 5일간이나 식음을 전폐하며 눈물을 흘려대던 모습에서나, 동물들도 죽음에 이를 만큼 사별을 아파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나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sort
공지 보도자료. 구타와 도살, 한국의 경마산업 최초 조사 영상 imagefile 관리자 2019-05-04 147889 1
공지 2018맹견등 시행령 시행규칙개정안 입법예고안 file 관리자 2018-12-10 127398  
공지 무허가축사적법화 이행기간 운영지침 imagefile 관리자 2018-02-22 134050  
공지 서울행정법원의 서울대학교병원 동물실험정보의 전면적 공개 판결을 환영한다. (보도자료, 성명서, 비교표 첨부) file 동물지킴이 2017-09-11 152581 1
공지 부처이관 참고자료 생학방 2017-06-04 177118  
공지 (긴급)동물보호법 교육프로그램 imagefile 동물지킴이 2016-12-17 154556  
공지 이정덕 교수님을 추모합니다 imagefile [2] 지킴이 2016-10-25 199476  
공지 2016 실험동물을 위한 희망프로젝트 imagefile [1] 관리자 2016-04-04 161790  
공지 비디오 시청: 조류독감: 우리가 자초하는 바이러스 생명체간사 2014-03-30 180601  
공지 2012년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사업보고 imagefile 생명체간사 2013-01-01 198848  
공지 동물실험에 대한 수의학도의 증언 [3] 생명체간사 2012-02-20 208783 3
공지 7/22 목 포대에 남부대 홍교수님을 추천함 [2] 생학방간사 2010-03-06 261159 42
공지 동물보호법/조례소식은?( 2013년 10월 1일 심상정의원의원발의) 생학방 2009-09-25 217387 107
1893 시행령에 대한 의견서 file [3] 생학방 2007-07-24 13266 265
1892 [re] 영문판 김영민 2008-04-20 14461 265
1891 [re] 동물실험에 대한 맹신, 탈리도마이드의 비극을 아는가 imagefile 동물지기 2008-04-08 9881 255
1890 아.. 제발 동물들 멸종 되라~~!!! [2] 김용훈 2004-11-27 16134 251
1889 백두산 관광과 곰 쓸개 쇼핑 여행기 imagefile 동물지킴이 2004-11-25 22173 244
1888 [re] 독문판 김영민 2008-04-20 22175 235
1887 지구의 날 windy 2008-04-20 9507 232
1886 아무리 몸에 좋다지만 반달곰 학대현장 충격 [TV리포트] 이주영 2004-11-25 17998 231
1885 (성명) 서울대병원은 황우석시대로 돌아가려는가? imagefile [1] 생학방 2008-06-22 13067 228
1884 곰 도살에 대한 결정이 이번 금요일 내려집니다. [2] 박창길 2004-11-22 17091 217
1883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정 공포 file 윈디 2009-06-19 9986 215
1882 집단이기주의 라구요? 파랑새 2004-11-26 17434 212
1881 토요일 모임 재미나게 했습니다 [2] 생학방 2008-04-08 9269 200
1880 濠 동물 운동가, 돼지우리 체험 시도 좌절 [2] 이주영 2004-11-30 14157 200
1879 짐승이 오히려 더 인간답다 이주영 2004-11-26 15923 196
1878 동물보호단체 간담회 후기 김경아 2009-06-02 9643 194
1877 제3장 법제화된 불합리 생학방 2008-04-08 9340 188
1876 채식을 시작하세요! imagefile 그린피플 2008-06-03 9248 187
1875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 생태계 해친다 [35] 문중희 2004-11-28 16019 187
1874 [re] 양원경, 동물학대 발언 사과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1] 강량 2008-06-03 9265 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