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구제역 시대를 열어가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쉽다.
24일 정부는 "가축질병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으며,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선진 축산업, 친환경축산업을 일구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발표는 그러한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단체, 종교 단체, 교수지식인들이 성명서를 발표하였으며, 강우일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등 각 계 각 층의 인사들이 축산업과 식생활 방식의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하였는데, 이번 정부의 방안은 그동안의 국민적 요구와는 그 간극이 크다.
이번 정부 방안은 축산업허가제를 도입하여 축산업에 필요한 시설을 확보하고, 축산 경영과 방역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그러나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축산업허가제의 내용을 보면 방역시설의 보유 여부만을 조건으로 하고 있으며, 사육시설의 초보적인 동물복지 지침의 준수 여부를 언급되지 않고 있어, 영국 등 축산 선진국의 정책과 대조를 이룬다. 재정적인 지원정책의 경우, 기존의 축사시설 현대화 지원사업의 경우에도 지원의 기준으로 삼는 축산 농가의 성과를 연간 어미돼지 두당 출하 두수, 또는 일당 체증량과 같은 양적인 기준만 고려할 뿐 친환경-복지 축산의 지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친환경인증제도는 구제역 발생 이전에 논의되어 확정된 내용이어서 새로울 것도 없다. 인증제도는 바람직하나, 기존의 유기축산물로 인증 받은 업체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며, 돼지의 경우 친환경복지축산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며, 이런 제도 한가지만으로는 바이러스 공장이라는 말을 듣는 전반적으로 열악한 축산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
그동안 밀집사육이 가축 질병의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가축총량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환경부하량을 감안한 특정지역의 밀집도를 나타내는 총량제뿐 아니라, 가축한마리가 살 수 있는 최소한 공간의 확보와 가축의 사육 환경이 복지를 고려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연합은 육용계를 사육할 때 충분한 사료 급여기 및 음수용 꼭지 설치와 환기시설 및 조명시설을 의무화하고, 축사의 암모니아 농도는 20ppm 이하,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0pp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축산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전체 농장을 대상으로 매년 실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네 등급으로 나누어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농장의 복지 실태에 대한 실사는 물론이거니와 단 한건의 정부 보고서나 학계 보고서도 없는 것이 믿기 어렵지만 현실이다. 분명히 말 하건데, 이런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축산의 미래는 없다.
이번 우리 정부의 방안에는 복지 축산의 내용도 부족하지만, 복지 축산만으로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여 환경과 농촌 모두를 살리는 조화로운 축산이어야 현재의 축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육식을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막대한 행정력과 재정을 투여하면서도 살처분에 대한 성찰은 부족했다. 구제역 발생 기간 동안 축산과학원은 직원들의 외부출입을 금지하고, 방문자들은 출입 시마다 엄격한 전신샤워를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보유 동물들을 모두 살처분 하게 된 건 차단방역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축산업을 선진화 한다면서, 생명에 대한 최소한도의 배려나 축산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축산의 기본적인 제도와는 거리가 멀고, 덴마크나 일본 등에는 없는 국경 검역과 군대가 초동방역을 담당하는 한국형 방역체제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구태의연한 축산정책과 식생활을 청산하고 포스트 구제역 시대를 열기 위한 패러다임의 제시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
3월 26일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생명체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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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런 대책으로 ‘구제역 재앙’ 막을 수 있나
31면3단| 기사입력 2011-03-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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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구제역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낮추면서 가축질병 방역체계와 축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개월 동안 소·돼지 등 348만마리의 가축이 매몰되고, 3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쏟아붓게 만든 ‘구제역 재앙’의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이다. 구제역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감염 판정에서부터 경로 추적, 가축 매몰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살처분 방역의 문제점과 매몰에 따른 환경오염의 위험성도 절감했다. 따라서 방역체계 개선은 물론 살처분 방역 자체에 대한 재검토, 가축사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축산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정부가 강조해온 ‘획기적 개선’과 거리가 멀다.
구제역 사태를 통해 드러난 정부의 무능은 많은 부분 관리 부실, 통제 부실에서 비롯됐다. 규정은 있으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상황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매몰지 같은 경우 통계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질병 발생 즉시 해당 농장은 물론 전국의 분뇨·사료 차량 등에 대해 일정기간 이동을 통제하고, 축산농장에 출입차량·탑승자의 소독 및 기록관리를 의무화하는 등 초기대응을 부쩍 강화했다. 하지만 강화된 방역체계가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 여부는 철저한 관리에 달려 있다. 관리체계를 강화해 방역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밀집사육을 없애고 항생제 등의 사용을 줄여 가축의 면역력을 키워나가는 친환경 축산은 축산업 선진화의 핵심이다. 하지만 가축 수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사육 총량제가 농가의 반발로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대규모 농가에는 축산업 허가제를 도입하고 소규모 농가에는 등록제를 확대적용한다지만 밀집사육 환경이 얼마나 개선될지 매우 회의적이다. 농·축산 분야는 규정과 현실의 괴리가 유난히 크다. 지금도 사육 면적 규정 등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실태 파악조차 잘 안되는 경우도 많다. 역시 관리체계가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자칫 공허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살처분 자체에 대한 근본적 성찰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와 같이 살처분에 매달리는 방역의 한계와 비윤리성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소각·랜더링·화학처치 등 살처분 방식을 다양화하겠다는 내용만 담고 있다. 질병 발생 농장 인근의 면역력이 있는 건강한 가축까지 모조리 없애는 식으로는 장기적으로 가축의 면역력에 기반을 둔 방역대책을 추구할 수 없다. 살처분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면 초기에 한해 최소한으로 이뤄지도록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생명체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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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선진화 애초 정부는 각 지역별로 가축 사육 마릿수를 제한하는 ‘총량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했다. 좁은 땅에 너무 많은 가축을 기르는 ‘밀식 사육’을 하고 있고, 이 때문에 과도한 분뇨가 발생하고 잦은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날 대책 발표에서 사육 마릿수 총량제는 빠졌다.
대신 대규모 농장을 대상으로 허가제를 도입하고, 나머지 농장은 기존의 등록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허가제와 등록제를 통해 방역 의무를 강화하고 적정한 사육두수를 관리할 수 있다는 태도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친환경 인증 농장제 등을 정비해가겠다고 했으나, 이번 대책에서 ‘친환경 축산’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동물 복지를 강화하는 방안도 전혀 내놓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도축장, 분뇨처리시설, 돼지인공수정센터 등의 관련 시설 통폐합을 통해 축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4월 말까지 축산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축산업 선진화 세부 방안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생명체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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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 대책이 축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를 놓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최윤재 교수는 “친환경, 동물복지를 뼈대로 하는 축산업 선진화로 귀결돼야 하는데 이번에 사육두수 총량제 도입, 양분 총량제가 빠진 것은 문제”라며 “경제성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감내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구제역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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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이 ‘축산 선진화’가 아닌 ‘방역 선진화’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앙의 근본 원인은 밀집 사육에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사료 공급과 분뇨 처리 등의 기반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육 마리 수만 늘린 탓에 면역력이 떨어지고, 한 번 병에 걸리면 순식간에 번진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진단에 동의한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 내부에서는 사육 마리 수를 제한하는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했다.
그러나 축산농가의 반발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2012년까지 허가제를 도입하는 정도에서 절충했다. 그것도 대규모 농장들만 대상이다. 소규모 사육 농가는 등록제를 적용한다. 농식품부 이상길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농가가 기를 수 있는 가축의 마리 수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는 견해가 많았다”며 “허가제의 기준을 잘 운영하면 사육규모 제한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허가를 받은 농가나 허가 대상이 아닌 농가가 규모를 늘리는 것을 막을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