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개자료 교환실
  2. 정회원 자료실

다음은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주관한 구제역관련토론회에서, "동물사육과 살류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란 제목으로 성공회대학교 김기석교수가 발표한 원고내용이다. 종교계에서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방해받지 않는 주권이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함을 설명하면서 식사때마다 동물의 희생에 대한 기도를 올리자고 제안을 하고 있다. 공장식축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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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사육과 살육에 관한 신학적 성찰

 

 

김기석(사제, 성공회대 교수)

 

 

1. 시작하는 말

 

지난 해 11월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래 140여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최근에는 거의 매일 하루에 10만여 마리가 살처분되고 있다. 구제역이 양성으로 판정되면 반경 수 킬로미터 이내의 동물들을 모두 살처분하기 때문에 멀쩡한 짐승들도 모조리 죽임을 당하고 있다. 지금 아름다운 금수강산 들판마다 죽어가는 동물들의 비명소리로 가득하다. 살처분의 방법도 끔찍하다. 땅에 파묻기 전에 안락사 시킬 장비나 약품, 인력 부족하여 동물을 산채로 생매장을 하는 일이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덩이로 내던져진 돼지들 위로 흙더미를 쏟아 부으면 이들은 사력을 다해 흙을 뚫고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몸부림다가, 또다시 굴삭기로부터 쏟아지는 죽음의 흙더미에 묻혀 마침내 매장되고 마는 끔찍한 장면이 계속되고 있다. 땅 속에 파묻은 동물의 사체에서 흘러나온 썩은 피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심지어 어떤 지역에서는 지표면으로 흘러나와 그 역한 냄새와 끔찍한 모습으로 인해 마을주민들이 차마 숨을 쉬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도 엄청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병원균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확진되어 오리와 닭 등, 가금류들까지도 집단 살육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997년 대만과, 2001년 영국에서 각각 400여만 마리를 소각하거나 매몰한 사례를 떠올려 보면, 우리나라의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축들을 처참한 죽음으로 내몰고 끝이 날런지 끔찍하기만 하다. 마치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종말의 마지막 때가 임박한 듯 죽음의 광경이 도처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사태는 단기적으로 보면 구제역의 발생으로 인해 벌어진 끔찍한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늘날의 자본집약적 공장식 축산업이 필연적으로 몰고 올 수 밖에 없는 불행한 귀결이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소한의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여 최대한의 살코기를 얻는 사육방법이다. 이러한 방식의 사육과정 속에서 동물들은 자연 속에서 먹이를 먹고 어미와 형제들과 교감을 하면서 자라나는 자연적 본성이 완전히 억압당한 채, 꼼짝도 할 수 없는 비좁은 우리에 갇혀 사육당하다가 적정 체중에 이르면 곧바로 육류가공업체로 직행하여 온몸이 분해됨으로써 생명을 마감하게 된다. 또한 이들의 타고난 먹이 습성과 관계없이 최대한 빨리 몸집을 불릴 수 있도록 고단백질 성분의 사료와 항생제, 성장촉진제 등이 투입된다.

 

과연 우리 인간은 동물들을 이렇게 반생명적으로 사육하고 살육해도 괜찮은 것인가?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이렇듯 잔인하게 다루고 고통을 가하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기독교 신학의 관점에서 성찰하고자 한다.

 

2. 성서 속의 인간과 동물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어라. 집짐승과 기어다니는 것과 들짐승을 그 종류대로 내어라" 하시니, 그대로 되었다. 하나님이 들짐승을 그 종류대로, 집짐승도 그 종류대로, 들에 사는 모든 길짐승도 그 종류대로 만드셨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창세 1: 24~25)

동물들도 물론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기 전에 동물들을 먼저 창조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창조하시고 그들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셨다. 동물들이 뛰어놀고 먹이를 먹고 서로 부대끼며 본래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으셨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셨듯이 사람들도 대부분 동물들을 좋아한다. 특히 어린이들이 동물들을 좋아한다. 이는 아마도 어린이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사람의 본성을 보다 순수하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어린이들이 오늘날과 같은 공장식 축산을 하는 우리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예컨대 공장식 양계장의 산란용 암탉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리를 잘리는 고통을 겪는다. 부리가 잘려진 다음 발육실로 보내져 20주가 지나면 다시 한번 부리를 잘리게 되고 산란시설이 있는 닭장으로 옮겨진다. 가로 약 30센티미터 * 세로 약 50센티미터 크기의 닭장에 3~6마리가 함께 넣어져 날개조차 퍼덕이지 못하고 24시간 불켜진 상태에서 계속 사료를 먹고 알을 낳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한 마리씩 별도의 칸막이에 수용되는 고기닭의 경우에는 병아리를 거쳐 몸집이 커지게 되면 15센티미터 x 15센티미터의 닭장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환경으로 인하여 닭들은 서로 쪼아대거나 닭장에 몸을 비벼대 깃털이 빠져 죽기도 한다. 본래 닭들은 군집생활을 하면서 쪼아대는 행위로 서열을 정하는 습성이 있다. 자연상태에서는 약한 닭이 도망가며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서열만 정해지고 실제로 쪼아 죽이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좁은 우리에 갇힌 닭들은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다른 닭들에게 쪼여 죽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리를 자르지만 그렇다고 이 불행한 결과를 막지는 못한다. 우리에 갇힌 닭의 약 35%의 닭들이 쪼임을 당하거나 깃털이 빠져 죽게 된다. 어린아이가 아니라 만일 하나님께서 이러한 모습을 본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 것인가? 창세기에 기록된 대로 보시기에 참 좋았다고 할까?

공장식 축산업으로 사육되는 돼지나 소의 경우에도 그 가혹한 환경은 닭과 별로 다르지 않다. 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몇 대의 주사를 맞고 송곳니를 잘린다. 그리고 귀를 뚫어 표식을 달고 꼬리가 잘려 나가고 수컷의 경우 생식기를 들어내는 거세를 당한 다음 우리로 옮겨지면 그때부터 평생 햇볕 한조각 보지 못하고 도축될 때까지 갇혀 지내게 된다. 본래 영리하고 감각이 뛰어나 주변 환경에 아주 민감한 동물인 돼지의 본성을 고려해 볼 때에 이와 같은 대량사육의 환경은 그야말로 지옥에 다름없는 곳이다. 과연 이러한 사육방식이 하나님께서 이 동물을 창조하신 뜻에 합당한 것인가?

 

성서에 의하면 하나님께서는 동물을 지어내신 후에 당신의 형상을 따라서 사람을 지으셨다. 그리고 사람에게 모든 생물들을 다스리게 하는 특권을 주셨다. 여기서 다스린다는 의미는 함부로 고통을 가하거나 목숨을 빼앗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동산을 돌보는 청지기 혹은 양떼를 돌보는 목자로서의 역할이다. 린 화이트는 일찍이 기독교의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가 생태위기의 근원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창세기 128절의 기록,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라는 구절에 나타나듯이 기독교의 창조교리가 자연과 동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정당화했다고 지적하였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에 따라 지음 받은 존재라는 성서 구절을 오직 인간만이 영적인 존재라고 해석함으로써, 자연과 다른 생명을 지닌 존재들로부터 인간을 분리시키는 이원론적 사고를 낳았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창조 이야기를 보다 생태신학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여러 신학자들에 의해 시도되었다. 지틀러는 유대-기독교의 창조신앙은 이원론이 아니라 하느님, 인간, 그리고 자연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모든 피조물의 우주적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르네 드보 역시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이라는 이야기는 인간중심주의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에 의해 세계에 대한 인간의 청지기직을 수행하라는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로즈마리 류터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권위는 언제나 하느님께로부터 위임된 권위라는 성서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인간에게 자연의 모든 것에 대한 지배권을 주었다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라고 말한다. 성서에는 인간 능력의 한계에 대하여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는 구절이 풍부하다고 지적하였다. 집회서 171-2절을 보면 주님께서 사람을 흙으로 만드시고 흙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셨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인간의 한계와 삶의 무상(無常)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창세기 124절을 다시 살펴보면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어라라고 기록되었는데, 여기서 동물들의

창조도 하나님께서 땅에서 내어라라는 말씀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구절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물도 사람도 모두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 흙에서 나왔으며 흙으로 돌아갈 존재임을 말해준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점만 제외하고 인간과 동물은 똑같이 하나님의 창조의 말씀에 따라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 공동의 운명을 지닌 존재이다.

창세기의 정복하고 다스려라는 말씀은 인간이 자연과 동물을 함부로 다루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계와 생명들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속한 피조물로서 인간은 다만 이들을 돌보는 청지기직으로 부름 받은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3. 생명에 대한 외경

 

일찍이 알버트 슈바이처는 윤리란 모든 생명에 대한 무한히 확대된 책임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윤리란 자신의 생명과 마찬가지로 모든 생명의 의지에 대하여 거역할 수 없는 외경을 체험하는데 존재한다는 것이다. 슈바이처에 의하면 윤리의 근본원칙은 생명에 대한 태도에 의해 판단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생명을 유지하고 생명을 촉진시키는 것이 선이요, 생명을 파괴하고 생명을 저해하는 것이 악이다. 생명은 그 자체로서 인간에게 신성한 것이다. 그는 인간은 자기를 도와주는 모든 생명을 도와줄 필요성을 존중하고 살아있는 어떤 것에게도 해를 끼치는 것들을 두려워할 때에만 비로소 진정으로 윤리적이라고 설파하였다. 슈바이처는 외딴 오솔길을 걸을 때, 자신의 발걸음으로 인해 그 길에 살고 있는 작은 생명체에게 고통을 주거나 죽이지 않도록 주위를 기울였으며, 함부로 나뭇잎이나 꽃을 꺾지 않았다. 그는 더운 아프리카에서 한 여름 밤에 등을 켜고 일할 때 불빛을 쫓아 방안으로 날라 와 책상 위로 떨어지는 벌레들을 보았을 때 기꺼이 창문을 닫고 무더위를 감내하였다. 이러한 슈바이처의 생명에 대한 외경 사상과 실천은 옛날 불가의 스님들이 길을 가면서 개미를 밟을까 염려하여 대나무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면 걸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러한 생명에 대한 외경은 멀리 슈바이처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 조상들에게는 몸에 배어있는 당연한 삶의 태도였다. 옛날 어머니들은 마당이나 개울에다 뜨거운 물을 함부로 쏟아버리지 않았다. 뜨거운 물에 지렁이나 곤충 등 작은 생물들이 상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저들의 생명 그 자체로 인하여 존중받는 존재였던 것이다. 다른 생명에게 이유없이 고통을 가하거나 목숨을 빼앗는 것은 곧 벌 받을 못된 짓이라는 것이 너무도 기본적인 삶의 자세였고 행동원리였다. 이렇게 생명을 외경하는 지혜를 지닌 조상을 둔 우리들이 어찌하여 오늘날에는 가축들에게 가혹한 고통을 가하는 사육을 하고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인가? 이는 오늘날 우리들이 자본의 포로가 되고 욕망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속히 생명의 외경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동물신학을 제창한 앤드류 린지는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고 우리 인간에게 청지기의 사명을 부여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들을 존중해야 하며 동물들에 대해서 책임이 있고 동물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창세기 8장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인간은 어려서부터 악한 마음을 품게 마련이기에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짐승을 없애 버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죄로 인해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시고 나서 새롭게 세운 생명의 언약은 단지 인간하고만 맺은 것이 아니라 동물들과도 맺은 언약이었다. “너희와 함께 있는 살아 숨쉬는 모든 생물, 곧 너와 함께 방주에서 나온 새와 집짐승과 모든 들짐승에게도, 내가 언약을 세운다.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울 것이니, 다시는 홍수를 일으켜서 살과 피가 있는 모든 것들을 없애는 일이 없을 것이다. 땅을 파멸시키는 홍수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창세 9: 10~11) 인간이 동물을 포함한 생명을 살육하는 일은 곧 하나님께서 친히 세운 언약을 깨뜨리는 죄악의 행위이다.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기로 언약한 뭇 생명에게 고통을 가하고 대량으로 살육하는 오늘날 인간의 행위는 하나님께 반역하는 범죄로서 속히 용서를 빌어야 한다.

 

4. 친구로서 동물과 인간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은 동물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인간은 본래 야생 상태에 있던 동물들 중 일부를 길들여 가축으로 만들었다. 길들여져 인간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 가축들은 인간 사회에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하였다. 가축들은 고기, 유제품, 비료, 육상 운송, 가죽, 군대의 공격용 탈 것(전차), 쟁기를 끄는 동력, 털 등을 인간에게 제공했다. 인류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20세기 이전까지, 즉 고대의 모든 문명을 통털어 인간이 가축화에 성공한 초식 대형 포유류 동물은 14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이외에도 코끼리나 사냥용 매, 애완용 설치류나 파충류 등 많은 동물들이 길들여져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임 받는 관계를 맺기도 한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에 의하면 가축화된 동물이란 인간이 번식과 먹이 공급을 통제하는 동물, 즉 감금 상태에서 인간의 용도에 맞도록 선택적으로 번식시켜 야생조상으로부터 변화시킨 동물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거의 모든 동물들이 가축화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가축화될 수 있는지 테스트를 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고대인들은 사냥이나 다른 기회를 통해 거의 모든 종류의 야생 동물의 새끼를 잡아와 길러보았으며 이들을 길들여보는 경험을 하였다. 가축화되지 않은 동물들은 모두 인간들이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가축화에 실패하여 야생동물로 남아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독수리의 경우는 난데없이 조련사를 공격하여 목숨을 빼앗기도 하는데 일부 아시아 민족들은 이 무서운 동물을 길들여 사냥에 이용하기 하며, 심지어는 치타나 하이에나까지도 길들이기도 하였다. 이렇듯 인간이 가축화를 시도하지 않은 동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그 동물이 가진 고유한 본성 등 여러 가지 장애로 인해 완전한 가축화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소수의 동물 종만을 가축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생물학 및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과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동물들을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가축이 된 동물의 경우 그렇지 않은 동물에 비해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훨씬 뛰어난 동물들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동물들에 향해 그에 걸맞는 합당한 대접을 하고 있는가? 현재의 공장식 축산과 살육이 우리 인간이 인간의 친구가 되어준 동물들에게 돌려주는 유일한 선물인지 반문해야 할 것이다. 반동물적인 공장식 집단 사육과 살육이 제도화된 오늘날 최근 들어 역설적으로 반려동물을 그야말로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사람보다 훨씬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반려동물들은 절대로 인간 반려자를 배신하는 일이 없으므로 사람들에게 속임을 당하거나 배신당한 아픈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있어 동물들은 사람보다 더 믿고 의지할만한 친구일 것이다.

 

다시 창세기의 한 구절을 살펴보자.

주 하나님이 들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를 흙으로 빚어서 만드시고, 그 사람(아담)에게로 이끌고 오셔서, 그 사람이 그것들을 무엇이라고 하는지를 보셨다. 그 사람이 살아 있는 동물 하나하나를 이르는 것이 그대로 동물들의 이름이 되었다.” (창세 2: 19) 하나님께서 동물들을 아담에게 데리고 오자 아담이 그들에게 걸맞는 이름을 불러주니 그것이 곧 그들의 이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김춘수의 시가 떠오른다. 꽃이란 시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아담이 동물들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곧 동물들이 우리 인간에게 의미있는 그 무엇이 되었다는 뜻이다. 요즘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들이 그러하듯이 옛날 농가에서 기르던 소들은 각각 이름이 있었다. 그 당시 가축들은 가족의 일원이었다.

최근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는 농촌의 노총각 신세를 면치 못하고 갖가지 문제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주인공 선호(김영필 분)가 아버지 몰래 소를 팔러 집을 나섰다가 소와 함께 여행하면서 마침내 모든 문제가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선호가 소를 팔러 다니던 중 어떤 어린이가 다가와 소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소의 이름을 통해 주인공과 소는 본격적으로 대화하게 되고 나중에는 마치 불교의 백우도에 묘사되는 것처럼 소를 통해 진실, 혹은 문제의 본질에 도달하여 화해를 이루게 된다. 동물은 그저 인간에게 고기와 가죽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때로는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스승이 될 수도 있는 의미있는 존재인 것이다.

 

현재의 구제역 사태를 보면서 한 농부는 공장식 대량 사육과 살육을 비판하고자 소가 쓴 편지의 형식을 빌어 이렇게 한탄한다. “전에 우리는 들판에서 풀을 뜯고 살았습니다. 논에서 쟁기를 끌었고 무거운 등짐을 장터로 옮겼습니다. 진실된 노동으로 한 통의 여물을 받았고, 짚 몇 단으로 일용할 양식을 삼아 고단한 하루를 넘겼습니다. 일 년에 몇 번 제사상이나 명절상에 귀한 음식으로 오르긴 했지만, 한 번도 식탐의 재료가 되어 사시사철 고깃집에 걸려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달포 사이에 100만 마리나 죽임을 당해 언 땅에 파묻혔습니다. 매일매일 소주에 곁들여 우리를 뜯어 먹던 이들이 포클레인 삽날로 우리를 짓뭉개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재앙을 왜 죄 없는 소·돼지에게 뒤집어씌우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좁은 쇠창살 속에 가두어놓고 평생을 사료만 먹이는 짓을 누가 했습니까. 90% 이상을 외국에서 사온 사료를 먹이면서 눈앞에 펼쳐진 7월의 무성한 풀밭에는 제초제를 뿌려대고 우리는 단 한 입도 풀을 뜯지 못하게 한 게 누구입니까.”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전희식 농부는 지금 우리가 정작 매장해야할 것은 공장식 축산이며 과도한 육식문화라고 절규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의 소와 돼지가 쓰러지기 전에 속히 희생당한 짐승들을 위한 초혼제를 지내고 속죄를 빌 것을 촉구하였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유기농 단지인 팔당에서 유기농법으로 닭을 키우는 김병수 농부는 이렇게 말한다. 옛날 농부들은 콩을 심을 때 한 구멍에 세 알을 뿌리면서 한 알은 공중의 새가 먹고, 한 알은 땅속의 벌레가 먹고 남은 한 알을 잘 키워 사람이 먹을 요량으로 세 알을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농업에서는 새와 벌레가 먹지 못하도록 농약을 뿌리고 오직 사람만이 몽땅 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문제인 것이다.

지구생명은 생태학적으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살아가도록 베푸는 상호의존적 관계인데 다른 생명은 죽이고 나만 살겠다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반생태적 욕심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불행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5. 맺는 말

 

기독교인들은 일상적으로 식사 전에 기도를 한다. 기독교인들의 식사기도는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을 따라서 일용할 음식이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이다. 보통 우리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수고한 손길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다. 이제부터는 기독교인들이 식사기도를 할 때에 음식을 베풀어준 사람들에 대해서만 아니라, 자신들의 생명을 내어주고 우리의 음식이 되어준 식물과 동물들의 희생에 대해서 기억하고 위로하는 기도를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하면 훨씬 생명윤리적으로 바람직하겠지만 모든 기독교인들이 모두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없을 것이며, 육식이 반드시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현재의 과도한 육식문화와 자본 집약적인 공장식 축산방식이다. 이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육류를 공급하려는 시장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으며, 과도한 식탐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지된다. 절제하는 식생활, 살림의 식탁문화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러한 동물의 수난, 살육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매 한끼의 식사 때마다 기독교인들이 일상적으로 바치는 식사기도를 할 때에 희생된 동식물들의 생명도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되 우리의 양식으로 주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토착민들은 사냥을 하기 전에 신에게 허락을 받고 나서야 사냥에 나선다. 일용할 양식과 가죽을 동물로부터 얻으려면 그 몸에 깃든 생명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고 그 생명을 취하는 것이다. 이제 기독교인들도 불가피하게 다른 생명을 취할 때 하나님께서 그 동식물에게 부여하신 생명의 의미를 새기고 기념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인간과 동물과 식물, 나아가 무생물인 지구환경까지도 모두 같은 피조물이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으며, 매 순간을 생명의 영이신 하나님과 피조물들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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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철수 진심캠프의 20대 동물현안에 대한 정책 답변서 imagefile 생명체 간사 2012-11-21 66452
공지 (공지) 문재인캠프의 동물정책 답변서 imagefile 생명체 간사 2012-11-06 66780
공지 동물을 위한 공약을 후보자 SNS를 통해 요구합니다 imagefile 생명체간사 2012-10-20 49615
공지 (보도자료) 제18대 대선후보 동물정책 촉구 서명운동 imagefile 생명체간사 2012-10-06 46972
공지 대선후보 동물정책질의서 imagefile [1]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9-08 42140
공지 조례개정을 위한 민원을 부탁합니다. 생명체간사 2012-08-31 50778
공지 정부의 '과학포경'에 반대하는 행사안내 image 미키 2012-07-16 39961
공지 서울시 조례안( 시민단체안 초안) file [1] 생명체 간사 2012-06-19 38060
공지 서울시 조례제정 진행상황 imagefile [2] 생명체간사 2012-05-30 40201
공지 서울시가 전향적인 동물조례를 만들어주십시요. file [12] [73] 생명체간사 2012-05-07 88655
공지 서울시 동물조례입법예고 file 생명체간사 2012-04-13 35983
공지 적극적인 동물보호 의견을 개진하는 지역구 후보님들 imagefile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4-11 44695
공지 국민생각 비례대표 이면우후보님의 답변서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4-10 45520
공지 녹색당 장정화후보님의 답변서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4-10 41037
공지 진보신당 홍세화대표님의 답변서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4-10 47141
공지 새누리당 민병주 비례대표님의 견해 imagefile 생명체 2012-04-10 38118
공지 노회찬후보의 동물보호정책 imagefile 생명체 2012-04-10 37321
공지 정동영후보의 생명관 imagefile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4-09 45949
공지 이부영(강동갑)후보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4-09 37936
공지 윤선진후보(대구서구)의 적극적인 동물보호공약 공지 생명체 2012-04-09 36638
공지 동물학대방지 4.11총선질의서 imagefile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3-25 37400
공지 4.11총선 동물보호정책질의서에 대한 안내 imagefile 생명체간사 2012-03-25 36719
공지 동물공약을 촉구하는 동물단체의 철장행사및 유명정치인 질의방문 imagefile 생명체간사 2012-03-23 36299
공지 유명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동물공약을 촉구하는 서명 행사안내 imagefile 생명체간사 2012-03-16 35592
공지 동물복지를 외면하는 동물복지축산인증기준에 대한 성명서 생명체간사 2012-03-02 44433
공지 동물복지인증기준에 대한 의견조회 [1] 생명체 2012-02-20 40989
공지 정부 동물복지축산인증제도의 문제점과 의견서 생명체간사 2012-01-30 35626
공지 한우를 굶겨죽이는 관행을 중단하라. [1] 생명체 2012-01-09 50041
공지 일본 : 동물실험법 규제를 위한 서명입니다. 도와주세요! [2] 미키 2011-12-15 37365
공지 투견도박 금지를 위해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1] [1] 동물지킴이 2011-11-21 39330
공지 동물보호법_시민샘플의견서 file [2] 생명체간사 2011-10-28 38060
공지 나경원 박원순 후보의 동물공약비교표 [1] 생명체간사 2011-10-26 36597
공지 도가니 사건으로 부터 동물단체회원은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1] 동물지킴이 2011-10-23 36735
공지 10.22일(토) 동물보호 공약을 촉구하는 동물인형놀이 한마당 윤창렬 2011-10-20 37152
공지 동물보호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첨부파일 다운로드 file 윤창렬 2011-10-17 35564
공지 서울시장후보의 동물보호정책 촉구를 위한 1인 시위 안내 [1] 생명체 간사 2011-10-15 36641
공지 동물지킴이가 서울시장 후보자에 던지는 질의서 생명체간사 2011-10-07 35914
공지 제4회 동물복지포럼 동물실험지침안 발표회 8월 30일 생명체 간사 2011-08-25 34629
공지 2011년 개정 동물보호법에 대한 평가 [3] 생명체간사 2011-07-25 45109
공지 모피 패션쇼 저지및 시위예고 imagefile 생명체 간사 2011-06-01 44445
공지 (기자회견) 정부의 축산선진화 방안 유감 생명체간사 2011-05-08 36147
공지 정부의 5월 6일 TF과제 발표를 앞두고 생명체 간사 2011-05-05 37966
공지 동물구제를 요청하는 청원서 [2] 생명체 간사 2011-04-25 38091
공지 한국교회의 소중한 고백 생명체간사 2011-04-06 37436
공지 축산허가업체 계량평가점수중에 동물복지점수는 1점도 넣지 않아서 복지를 배제하였다 [6] 생명체 간사 2011-03-26 39288
공지 구제역 참사. 사회적 성찰과 실천적 대안 imagefile 생명체 간사 2011-03-17 39701
공지 힘내라 일본! [2] 생명체 간사 2011-03-14 42446
공지 구제역사태, 정부당국과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 생명체간사 2011-03-08 41720
공지 구제역 사태에 대한 교수 지식인 200인 호소기자회견 생명체간사 2011-03-08 39727
공지 이 참혹한기록에 항의합니다. [1] 생학방간사 2011-02-11 39772
공지 반생명문화에서 벗어나 생명 존중문화로 나아갑시다. 생명체간사 2011-02-08 41009
공지 (보도자료) 구제역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및 항의방문 image [1]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0-12-24 39195
공지 보도자료 구제역 생매장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3]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0-12-12 40474
254 홍희덕후보의 답변서 생명체 2012-04-14 2910
253 잘보고 가용~ 자주 방문하겠습니당. imagemovie 잉꼬부부 2012-09-09 3126
252 유승우 당선자 답변서 imagefile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4-14 3186
251 홍사덕후보의 답변서 imagefile 생명체 간사 2012-04-14 3200
250 조순용 후보의 의견 생명체 2012-04-09 3211
249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2] 박창길 2011-07-09 3406
» 동물 사육과 살육에 관한 신학적 성찰 file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1-01-30 3450
247 구제역희생 동물을 위한 분향소 설치 안내 file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1-01-30 3514
246 동물원 동물 권익에 관한 청소년 책이 나왔습니다. 박성실 2012-05-21 3555
245 애니멀 호딩이 붕괴할 때 사육 태만이라는 이름의 동물 학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미키 2012-07-24 3618
244 [미국 기사1] 억제가 어려운 애니멀 호더 미키 2012-07-24 3627
243 현재 동물보호법의 근본적인 강화가 필요하다. 박지혜 2011-06-27 3638
242 공개와 중복추천에 대한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의 입장 (2) file 생학방 2009-11-13 3716
241 국가동물실험지침 개발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막지말아야한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09-09-17 3764
240 서울시의원후보자 질의서 file 박창길 2012-04-07 3781
239 정부의"동물보호및 동물복지이론및 국제동향"의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서 생학방 2009-10-12 3783
238 일본인이 본 모란시장 1 imagefile 미키 2012-08-05 3801
237 인도적 도축 동영상자료 생명체학대방지포럼 2012-02-11 3832
236 개식용,육식,채식의 FAQ를 만들었습니다. 미키 2012-08-02 3888
235 의정부 목영대후보 답변서 생명체 2012-04-14 3929